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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의 시선으로 본 영도의 과거와 현재 (주민인터뷰, 체험, 기록)

by 니니의 기록 2025. 10. 18.

부산 영도는 한때 조선산업의 중심이자 바다의 삶이 녹아든 지역이었습니다. 1980년대의 영도는 소금기와 기름 냄새가 섞인 항구의 냄새로 가득했지만, 지금의 영도는 예술과 관광이 공존하는 문화섬으로 변모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주민들의 기억과 이야기를 통해 영도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도시의 변화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를 살펴봅니다.

1980년대 영도의 일상과 지역의 풍경

1980년대의 영도는 조선소의 기적과 노동의 땀으로 상징되는 섬이었습니다. 영도다리 아래에는 자갈치시장에서 흘러나온 어물 냄새가 섞였고, 새벽마다 들려오는 조선소 사이렌 소리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당시 주민 김성호(당시 20대, 영도 출생) 씨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그때는 배 만드는 소리가 마치 음악 같았어요. 모두가 바쁘게 움직였고,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죠.”

영도는 그 시절,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가족 단위로 조선소 근처에 살며 생계를 이어갔고, 동네마다 작은 식당과 잡화점이 즐비했습니다.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공기놀이를 하며 자랐고, 어른들은 부두에서 막걸리를 나누며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도시의 삶은 거칠었지만 정이 있었고, 서로의 고단함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문화가 뚜렷했습니다.

1980년대 영도는 또한 ‘섬의 고립과 단단한 연대’라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교통이 불편하고, 생활환경이 척박했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강인함과 유대감을 키웠습니다. 주민들의 기억 속 영도는 힘들지만 따뜻한, 그리고 진짜 부산의 얼굴이 담긴 곳이었습니다.

변화의 바람, 예술과 관광이 들어오다

2000년대 이후 영도는 빠르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산업의 쇠퇴로 일자리가 줄고 인구가 감소하면서 도시가 침체의 길로 들어섰지만, 동시에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버려진 공장과 창고는 카페와 전시공간으로 바뀌었고, 낡은 주택가에는 예술가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흰여울문화마을, 영도연가, 영도다리 전망대, 청학동 벽화길 등은 이제 영도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의 산업공간이 문화예술의 무대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주민 김정자(60대, 영도 본토인) 씨는 “이전에는 공장 굴뚝이 보이던 언덕에서 이제는 커피향이 나요. 처음엔 낯설었지만 지금은 우리 동네가 다시 살아난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새로운 세대의 방문자들은 영도를 단순한 ‘부산의 섬’이 아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예술섬’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도 평가받으며, 주민들의 자부심을 되찾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도는 더 이상 산업의 그림자에 머물러 있지 않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예술과 이야기로 다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영도의 변화를 바라보는 주민의 시선

변화는 언제나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가져옵니다. 오래된 집이 사라지고, 젊은 세대가 몰려오면서 일부 주민들은 “우리 동네가 너무 낯설어졌다”고 토로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주민들은 “이제야 영도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주민 박윤식(70대, 영선동 거주) 씨는 “예전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주말마다 외지인들이 찾아옵니다. 덕분에 가게가 다시 활기를 찾았어요.”라고 웃었습니다. 반면 다른 주민은 “세월이 지나면서 추억의 장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게 아쉽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상반된 감정 속에서도 공통된 점은 ‘영도는 여전히 우리의 집’이라는 인식입니다.

지금의 영도는 과거의 산업적 이미지와 현재의 예술적 가치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주민들의 기억은 영도의 변화를 기록하는 가장 생생한 역사이며, 이 기록은 앞으로의 도시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영도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지역의 변천사가 아닌, 한국 도시가 겪는 세대 전환과 문화 진화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도는 과거의 조선소 도시에서 예술과 관광의 섬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납니다. 주민들의 기억과 체험이야말로 영도의 진짜 역사이며, 그 기록이 오늘의 도시를 더욱 따뜻하게 만듭니다. 앞으로의 영도는 과거를 잊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세대와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섬’으로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영도 사진